글로벌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분쟁의 민낯, VMware와 Siemens 사례로 본 기업의 생존 전략

글로벌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분쟁, VMware와 Siemens의 충돌이 남긴 시사점

글로벌 IT 시장에서 라이선스 계약은 단순 기술 사용권을 넘어서 기업 간 법적 책임과 전략을 좌우하는 핵심 계약이다. 최근 세계적인 기술기업 VMware와 독일의 다국적 기업 Siemens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송전은 그 복잡성과 중요성을 드러내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안은 미국과 독일 양국 법원이 얽힌 관할권 다툼부터, 구독형 소프트웨어 모델 전환에 따른 기업 간 갈등까지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다.

사건 개요와 법적 쟁점

분쟁의 발단은 VMware가 Siemens를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다. 핵심은 Siemens가 VMware의 소프트웨어를 라이선스 없이 다수 사용했다는 주장에 있다. 문제는 Siemens 측이 제공한 내부 사용 리스트를 바탕으로 VMware가 사용량 초과를 주장하며 계약 위반과 저작권 침해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Siemens는 이와 관련하여 이미 아일랜드 법인의 VMware International Unlimited Company와 마스터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MSLA)을 체결했고, 계약상 분쟁 관할지는 독일 뮌헨으로 명시되어 있었다고 반박했다. Siemens는 실제로 관련 사안에 대해 독일 내에서 다회 서신 교환이 있었음을 언급하며, 미국 법원이 관할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VMware 측은 Siemens의 미국 계열사들이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저작권법에 따라 미국 법원이 관할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사는 이와 관련해 ‘계약 위반’ 사안인지, ‘저작권 침해’ 사안인지를 두고도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VMware의 지원 정책 변경이 촉발한 갈등 배경

이번 분쟁은 겉으로는 라이선스 위반 사안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VMware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대한 반발이 자리잡고 있다. VMware는 브로드컴(Broadcom)에 인수된 이후, 기존의 영구 라이선스(perpetual license)에 기반한 지원 계약을 종료하고 구독형(subscription) 모델로 전면 전환했다.

이는 기존 대형 고객들이 사용하던 소프트웨어에 대한 유지보수 계약을 갱신할 수 없게 만들었고, 고객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와 불확실성이 커졌다. AT&T, 도이치텔레콤 등 주요 기업이 같은 이유로 법적 대응을 모색했거나 고객 이탈 현상이 발생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Siemens의 경우도 기존 방식대로 유지보수 계약을 연장하려 했으나, VMware 측은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 제공 제품이 아닌, 소프트웨어 전체 시스템 관리와 보안 패치, 기술 지원 가능 여부에 따라 비즈니스 리스크가 크게 달라진다. VMware의 지원 정책 변화는 이같은 변화 속에서 고객사의 IT 자산 전체 운용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 법률환경과 기술분쟁의 복잡성

이번 사건은 단순 소프트웨어 이용 문제를 넘어, 기업 간 글로벌 계약 체결 시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국제 법률 환경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특히 관할권 조항은 향후 법적 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실제 계약서에 어떤 국가의 법원이 명시되었는지 여부는 소송 전략의 핵심이 된다.

VMware는 미국 내 사용 실체와 저작권 보호라는 법리를 활용해 자국 내 소송을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Siemens는 계약서 상의 조항을 들어 독일 소송으로 유도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별 법체계 차이와 법적 관할권의 해석은 기술기업 간 글로벌 분쟁에서 점점 더 결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유사 사례와 시장의 반응

VMware의 사례는 고립적인 사건이 아니다. 앞서 AT&T, 네덜란드 정부 기관 등도 브로드컴 인수 이후 변경된 VMware의 정책에 반발해 법적 대응이나 서비스 이전을 추진한 바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라이선스 규제와 고객 보호 중심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심의를 통해 다국적 소프트웨어 기업의 시장 행태를 제어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VMware의 급진적인 전략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수익 구조 개선을 가져올 수 있으나, 고객 신뢰와 글로벌 협력관계를 해치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 틈새를 노려 Red Hat, Citrix, Proxmox, XCP-ng와 같은 오픈소스 기반 솔루션이나 통합 관리 SaaS 플랫폼들이 빠르게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 종속성 줄이기 위한 기업 전략 필요

점점 늘어나는 라이선스 분쟁 사례와 기술 기업의 수익 중심 전략 변화는 고객사에 더 높은 리스크를 안기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특정 벤더에 종속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행보가 필요해지고 있다. 멀티 벤더 또는 오픈소스 기반 아키텍처 전환, 클라우드 비용 최적화, 라이선스 합법성 점검 등 내부적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라이선스 계약 체결 시에는 기술적 조건뿐만 아니라 관할권 조항, 예외 조항, 지원 종료 기준 등의 법률 요건을 세밀히 검토해야 하며, 법률 자문과 IT 운영팀 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기술과 법률이 융합된 계약 관리체계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분쟁이 보여준 클라우드 전환의 과제

VMware와 Siemens 간 소송은 단순한 IT 기술 문제가 아닌, 비즈니스 구조 변화에 따른 갈등과 글로벌 계약 관리의 복잡성을 드러냈다. 영구 라이선스에서 구독형 모델로의 급격한 전환, 지원 정책의 조율 부재, 관할권 분쟁 등은 향후 소프트웨어 기반 기업 운영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할 핵심 변수임을 보여준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플랫폼 선정 시, 단기적인 비용 효율성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법적 안정성과 벤더 전략도 함께 분석하는 종합적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이슈는 더 이상 러프한 기술적 조건만의 문제가 아닌, 전략 수준의 경영 판단 사항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