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디아 나딤이 18개월 만에 덴마크 여자축구 대표팀에 복귀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에서 외과의사까지 된 그녀의 특별한 여정과 함께, 내일 개막하는 유로 2025에서 펼쳐질 새로운 도전을 살펴본다.
내일(7월 2일) 스위스에서 개막하는 UEFA 여자 유로 2025를 하루 앞두고, 덴마크 여자축구 대표팀에 특별한 소식이 전해졌다. 18개월 만에 대표팀으로 복귀한 나디아 나딤의 이야기다. 단순한 선수 복귀를 넘어, 그녀의 여정은 축구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18개월의 공백을 뛰어넘은 복귀
나디아 나딤은 2023년 12월 독일과의 UEFA 네이션스리그 경기를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했었다. 당시 많은 이들이 37세의 나이를 고려할 때 사실상 은퇴나 다름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안드레 예글레르츠 감독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차이를 만들 수 있고, 대회 경험에서 오는 강점을 팀에 더할 수 있다”는 예글레르츠 감독의 판단은 단순히 과거의 명성에 기댄 것이 아니었다. 최근 스웨덴의 하마르비에서 임대 선수로 뛰며 여전한 경기력을 보여준 나딤의 모습이 복귀 결정의 핵심이었다.
덴마크 대표팀에서 100경기 이상 출전한 베테랑 공격수로서, 나딤은 2017년 UEFA 여자 유로 준우승의 주역이었다. 특히 당시 독일과의 8강전에서 동점골을 넣고, 오스트리아와의 4강 승부차기에서 성공시키며 덴마크 역사상 첫 유로 결승 진출을 이끌었던 경험은 이번 대회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축구를 넘어선 상징적 존재
나딤의 복귀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그녀의 독특한 배경 때문이다. 1988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태어난 그녀는 육군 장교였던 아버지가 2000년 탈레반에 의해 처형당하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당시 12세였던 나딤은 어머니와 네 명의 자매와 함께 위조된 여권을 이용해 파키스탄, 이탈리아, 영국을 거쳐 덴마크로 피신해야 했다.
덴마크 올보르의 난민 캠프에 정착한 후, 축구는 그녀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처음에는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축구공 하나로 현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이것이 그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축구 선수로서의 커리어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덴마크 시민권을 얻는 데만 수년이 걸렸고, 대표팀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FIFA의 특별 허가까지 받아야 했다. 2008년에서야 덴마크 시민권을 얻었지만, 국적 관련 규정으로 인해 대표팀에서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덴마크 축구협회의 요청으로 FIFA가 예외 규정을 적용해 2009년 알가르브컵에서 덴마크 여자 대표팀 최초의 외국계 선수로 데뷔할 수 있었다.
의사와 축구선수, 두 꿈의 동시 실현
더욱 놀라운 것은 축구 선수로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의학 공부를 병행했다는 점이다. 2017년 시즌을 마친 후 오르후스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해 축구 훈련과 경기를 소화하면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다.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도전이었다. 프로 축구선수로서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 의대 과정을 이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딤은 5년간의 노력 끝에 2022년 1월 정형외과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그녀는 미국 NWSL 라싱 루이빌에서 뛰면서도 외과의사로서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스포츠계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다. 축구 선수이자 의사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언어적 재능도 놀랍다. 덴마크어, 영어, 독일어, 페르시아어, 다리어, 우르두어, 힌디어, 프랑스어, 아랍어 등 11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능력은 국제연합 홍보대사로서의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클럽 커리어와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
나딤의 클럽 커리어는 덴마크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B52 올보르, 팀 비보르, VSK 오르후스에서 뛰며 덴마크 여자축구리그에서 꾸준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VSK 오르후스에서는 5년 연속 리그 3위라는 안정적인 성적을 기록했고, 2008-09시즌 덴마크 여자컵 우승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2012년 포르투나 예링으로 이적한 후에는 유럽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32강에서 글래스고 시티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리며 유럽 클럽 대항전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후 2013-14시즌 리그 우승을 이끌며 덴마크를 넘어선 선수임을 증명했다.
2014년부터는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NJ/NY 고섬에서 뛰며 2014년 8월 NWSL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빠르게 적응했다. 이후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맹, AC 밀란 등 유럽 최고 수준의 클럽들을 거치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국가대표팀에서의 기록도 화려하다. 2009년 알가르브컵 데뷔 이후 100경기 이상 출전하며 덴마크 여자축구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2017년 유로에서는 독일과의 8강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고, 오스트리아와의 4강 승부차기에서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덴마크 역사상 첫 유로 결승 진출의 주역이 되었다. 비록 네덜란드와의 결승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결정력은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다.
유로 2025에서 맞닥뜨릴 도전
이번 유로 2025에서 덴마크는 쉽지 않은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C조에 편성된 덴마크는 독일, 스웨덴, 폴란드와 함께 경쟁해야 한다. 이른바 ‘죽음의 조’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강력한 팀들이 모여 있다.
독일은 여자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팀 중 하나다. 8차례 유로 우승과 2차례 월드컵 우승 경력을 가진 절대 강자로, 최근 들어 다소 부진했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홈 어드밴티지는 없지만 독일어권인 스위스에서의 대회라는 점에서 심리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스웨덴은 덴마크와 오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온 북유럽의 강호다. 최근 몇 년간 여자축구에서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특히 조직력과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경기 운영이 뛰어나다. 덴마크와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폴란드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지만,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최근 들어 여자축구 투자를 늘리며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큰 무대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덴마크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주장 퍼닐 하르데르(바이에른 뮌헨)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스쿼드와 함께, 카트리네 베예(크리스탈 팰리스), 쌍둥이 자매 사라와 카렌 홀름가르드(에버턴) 등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나딤의 복귀는 이런 상황에서 경험과 리더십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비록 37세라는 나이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큰 무대에서의 경험과 정신적 지주 역할은 젊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승부차기나 연장전 같은 극한 상황에서의 멘탈 관리는 베테랑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여자축구 발전의 상징
나딤의 이야기는 개인의 성공을 넘어 여자축구 전체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20년 전만 해도 난민 소녀였던 그녀가 이제는 유럽 무대의 스타가 되었다는 것은 여자축구가 얼마나 포용적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스포츠로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유럽 여자축구는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잉글랜드 WSL,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 디비시온 등 주요 리그들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방송 중계도 늘어나고 있다. 스폰서십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선수들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적 여건이나 사회적 편견 때문에 축구를 포기해야 했던 선수들이 이제는 전문적인 환경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나딤 같은 선수의 존재는 전 세계 여성들, 특히 어려운 환경에 처한 여성들에게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축구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현대자동차의 ‘Team Century’ 멤버로 활동하며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나딤의 사례는 스포츠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사회 통합과 문화 다양성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가 덴마크 대표팀 최초의 외국계 선수가 된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일이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이는 스포츠가 사회 변화를 이끄는 촉매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대회 전망과 기대감
유로 2025는 여러 면에서 특별한 대회가 될 전망이다. 먼저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첫 번째 여자 유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위스는 8개 도시에서 경기를 진행하며, 완벽한 인프라와 친환경적인 교통 시스템으로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뒷받침하고 있다.
참가팀들의 전력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디펜딩 챔피언 잉글랜드를 비롯해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전통 강호들이 모두 참가한다. 또한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도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 흥미진진한 대회가 예상된다.
나딤과 덴마크에게는 특별한 의미의 대회다. 2017년 준우승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나딤 개인으로서는 아마도 마지막이 될 유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덴마크 팀의 강점은 조직력과 경험이다.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고 있어 높은 수준의 경기 경험을 쌓았고, 2017년 유로와 2022년 유로를 거치며 대회 노하우도 충분히 축적했다. 특히 압박 상황에서의 멘탈 관리와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조직력은 덴마크의 큰 무기다.
스위스에서 펼쳐질 새로운 장
내일 개막하는 유로 2025는 스위스 8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베른, 취리히, 바젤, 제네바, 루체른, 장크트갈렌, 시옹, 툰에서 총 31경기가 펼쳐지며, 각 도시마다 독특한 매력과 완벽한 시설을 자랑한다. 스위스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뛰어나 경기 당일 티켓 소지자는 전국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고 편리한 관람이 가능하다.
개막전은 개최국 스위스와 노르웨이의 경기로 시작된다. 스위스 여자축구는 최근 들어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어 홈 어드밴티지를 살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덴마크의 첫 경기는 조별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상대로 여겨지는 독일과의 맞대결이다. 이 경기의 결과가 조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나딤의 출전 여부와 역할도 큰 관심사다. 예글레르츠 감독이 그녀를 어떤 상황에서 활용할지, 선발 출전시킬지 아니면 게임 체인저로 활용할지 전술적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나딤의 복귀는 단순히 한 선수의 개인적 도전이 아니라, 여자축구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구현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다문화적 배경, 교육과 스포츠의 양립, 사회적 책임감 등 현대 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방향들을 그녀 한 사람이 모두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덴마크 팀의 화합과 동기부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롤모델이자 든든한 언니 같은 존재가 될 것이고, 동년배 선수들에게는 함께 마지막을 장식할 동반자가 될 것이다.
레거시를 넘어선 새로운 시작
나딤의 이번 복귀는 단순한 ‘마지막 도전’이 아닐 수도 있다. 그녀는 과거 인터뷰에서 “축구와 의료진으로서의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녀는 축구 은퇴 후에도 의사로서의 활동과 함께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유로 2025에서의 활약은 그녀의 축구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는 동시에, 새로운 인생 챕터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이미 그녀는 UN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전 세계 난민 문제와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축구에서 얻은 명성과 영향력을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Team Century 멤버로도 활동하며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축구선수와 의사라는 직업을 넘어, 사회 변화를 이끄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덴마크 대표팀의 유로 2025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나딤의 복귀만으로도 이미 이번 대회는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경기 결과를 떠나서, 그녀의 존재 자체가 주는 메시지는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경기장에서 펼쳐질 나딤의 도전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어떤 감동적인 순간들이 만들어질지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그녀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힘’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