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밀리스피너 기술의 심층 분석

밀리스피너 기술은 2025년 현재 뇌졸중 혈전 제거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미래 혈관 응급 질환 치료의 새 지평을 열 잠재력을 지닌다.

뇌졸중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이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질환이다. 특히 뇌혈관이 혈전에 의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치료가 환자의 생존율과 신경학적 예후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이 개발 중인 ‘밀리스피너(milli-spinner)’ 기술은 뇌졸중 치료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닌 혁신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혈전 제거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정밀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혈전 제거술의 한계와 밀리스피너의 등장 배경

 

현재 허혈성 뇌졸중의 표준 치료법 중 하나는 혈전절제술(thrombectomy)이다. 이 시술은 가느다란 카테터를 뇌혈관에 삽입한 후, 끝부분에 장착된 금속 그물(스텐트 리트리버)이나 흡입 장치를 이용해 혈전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몇 가지 중요한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혈전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재개통에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혈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혈전 조각이 떨어져 나가 더 작은 혈관을 막는 원위부 색전증(distal embolization)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셋째, 복잡하거나 단단한 혈전의 경우 여러 번의 시도가 필요하며, 이는 시술 시간을 지연시키고 환자에게 추가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스탠퍼드 연구진은 밀리스피너라는 새로운 개념의 의료기기를 개발하게 되었다. 밀리스피너는 기존의 ‘잡아서 당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회전하며 자르고 흡입하는’ 방식으로 혈전 제거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 한다. 이는 뇌졸중 환자에게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밀리스피너의 작동 원리와 차별점: 정밀한 회전과 흡입의 결합

 

밀리스피너의 핵심은 그 이름처럼 고속으로 회전하는 소형 튜브 구조에 있다. 이 장치는 지름이 매우 작아 뇌혈관과 같은 미세한 혈관에도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장치 끝부분에는 미세한 날개와 흡입구가 통합되어 있다.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혈전이 위치한 혈관 부위까지 밀리스피너를 이동시킨 후, 장치를 고속으로 회전시킨다. 이때 날개가 혈전에 미세한 전단력(shear force)과 압축력(compressive force)을 가해 혈전을 잘게 부수고 압축시킨다. 동시에 강력한 흡입 기능이 작동하여 잘게 부수어진 혈전 조각들을 즉시 제거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혈전절제술과 비교했을 때 다음과 같은 주요 차이점을 지닌다.

  • 파편 최소화: 혈전을 물리적으로 당겨내는 것이 아니라 잘게 부수고 흡입하기 때문에, 혈전 조각이 혈관 내에 남아 원위부 색전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 혈관 손상 위험 감소: 혈전을 직접 잡아당기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혈관벽 손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다양한 혈전에 대한 대응: 단단하거나 섬유성인 혈전, 그리고 불규칙한 모양의 혈전 등 다양한 유형의 혈전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임상 전 시험을 통해 입증된 탁월한 성능

 

스탠퍼드 대학의 뇌영상 전문가 제레미 하이트 교수는 밀리스피너의 성능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이트 교수에 따르면, 밀리스피너는 “현존 기술 대비 두 배 이상의 효율을 보인다”는 점이 전임상 시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는 기존의 혈전 제거 기술로는 약 11%의 낮은 확률로만 제거 가능했던 복잡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의 혈전도, 밀리스피너를 이용하면 90% 이상의 성공률로 한 번의 시도만에 제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복잡한 혈전 부위에서 단 한 번의 시도로 혈관 개통 확률을 이 정도까지 높인 기술은 현재까지 보고된 바가 드물다.

또한, 밀리스피너는 혈전 크기를 최대 95%까지 압축하고 제거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료계와 과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혈전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혈전의 부피를 효과적으로 줄여 보다 안전하고 완전한 재개통을 유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혈전이 여러 종류의 구성물로 이루어져 있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실제 임상에서 광범위한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기계공학 기반 밀리로봇 기술의 집약체

 

밀리스피너의 개발을 주도한 스탠퍼드 기계공학 교수 르네 자오는 이 장치의 설계 원리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을 제공했다. 자오 교수는 “이 장치는 혈전 자체를 압착하고 분해하는 구조 덕분에 파열 위험 없이 전체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밀리스피너가 단순한 기계적 제거 장치가 아니라, 혈전의 특성을 고려한 정교한 공학적 설계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자오 교수는 그간 소형 자기 구동 밀리로봇(millirobot) 개발에 앞장서 온 인물로, 밀리스피너 역시 이러한 첨단 로봇 기술의 연장선상에 있다. 밀리스피너는 강력한 외부 자기장을 이용해 원격 제어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혈관 속에서 장치의 회전 위치나 이동 방향을 미세하고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초소형 로봇 기반 기술은 기존의 수동 조작 방식이 가진 한계, 즉 술자의 숙련도에 크게 의존하거나 복잡한 혈관 구조에서 정밀한 조작이 어려운 점을 극복하는 해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향후 밀리스피너는 뇌혈관뿐만 아니라 심혈관, 말초혈관 등 다양한 정맥 및 동맥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는 광범위한 잠재력을 지닌다.


 

밀리스피너 기술의 미래와 의료적 기대 효과

 

현재 밀리스피너는 전임상 시험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연구팀은 장기적으로 이 장치를 뇌졸중 치료를 넘어 심장마비, 폐색전증 등 다른 혈관 응급 질환에도 폭넓게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밀리스피너 기술이 혈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혈관 폐쇄 질환에 대한 포괄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밀리스피너는 조작이 비교적 간단하고 외부 자기장으로 제어 가능하다는 점에서 원격 수술 시스템과의 연계 가능성도 높다. 이는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전문적인 혈전 제거 시술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미래에는 인공지능(AI) 기반 로봇 자동화 시스템과 연계되어, 응급 상황에서 더욱 신속하고 정밀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AI가 혈전의 위치와 특성을 분석하고, 로봇 시스템이 밀리스피너를 자동 제어하여 최소한의 시간 내에 혈전을 제거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밀리스피너의 등장은 뇌졸중 치료의 정밀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기술이 가지지 못한 정밀성과 유연함을 갖춘 이 장치는 향후 정맥 질환 치료의 다양성을 높이고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게 될 것이다. 정교한 회전체 설계를 중심으로 하는 이 ‘마이크로 기술’은 미래 의료기기의 기준을 제시하고, 혈전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할 잠재력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