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베이션이 메리츠금융 SPC를 통해 3조 원 규모 전환우선주를 발행했다.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복합 금융 전략으로, 2조4천억 원은 재무건전성 강화에 투입된다. 2030년 이후 전환권 행사 시 지배구조 변화가 주요 변수다.
SK이노베이션이 메리츠 금융과 손잡고 대규모 전환우선주 발행을 단행했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자금조달을 넘어, 경영권과 재무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복합 금융 전략으로 평가된다.

SK이노베이션의 3조 조달 배경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9월 25일 자회사 나래에너지서비스와 여주에너지서비스를 통해 총 3조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나래에너지서비스가 1조 6,500억 원, 여주에너지서비스가 1조 3,500억 원을 각각 조달하는 구조다.
이번 자금조달의 배경에는 SK이노베이션의 전사적 재무구조 건전성 강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조달된 3조 원 중 2조 4,100억 원은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되고, 나머지는 두 발전자회사의 차입금 상환에 활용될 예정이다.
메리츠 SPC 인수 구조, 어떻게 설계됐나
이번 거래의 핵심은 메리츠금융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넥스젠에너지제1·2호’가 나래·여주에너지서비스가 발행하는 전환우선주(CPS)를 각각 인수하는 구조다.
메리츠금융은 3조 원 중 1조 원은 그룹 계열사와 주요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지분투자(Equity) 형태로 조달하고, 나머지 2조 원은 인수금융 형태로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에서 모을 예정이다. 선순위 인수금융 금리는 4% 후반대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래에너지서비스와 여주에너지서비스는 세 곳의 발전소를 운영하며 매년 상당한 규모의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인수금융 담보인정비율(LTV)은 낮은 수준으로 구조화되어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CPS(전환우선주)의 조건과 지배구조 변수
전환우선주(CPS)는 일정 기간 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우선주식이다. 이번 거래에서 메리츠금융 측은 2030년 4월부터 2035년 10월까지 CPS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으며, 모두 전환할 경우 각 자회사의 지분 50.1%씩 확보하게 된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전환권 행사 전 메리츠금융이 보유한 CPS 매도를 제안할 수 있는 권리(매도제안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 운영권은 그대로 SK이노베이션이 유지하기로 했다.
CPS는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달리 상환권이 없어 회계 처리상 자본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 관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전환우선주는 의결권은 없으나 보통주에 우선하여 현금배당을 받을 수 있으며, 필요시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옵션을 가진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 vs 잠재 리스크
이번 거래는 SK이노베이션에 여러 긍정적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대규모 자금 확보를 통해 재무구조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 CPS가 자본으로 분류될 경우 부채비율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경영권과 사업운영권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 SK이노베이션 E&S가 자회사 파주에너지서비스의 지분 일부를 매각했던 사례처럼, 일부 지분이나 자산을 유동화해 부채를 줄이거나 추가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전략이 에너지 업계에서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잠재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2030년 이후 메리츠금융이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지배구조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매도제안권을 가지고 있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전망: SK이노의 성장 동력과 시장 반응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발전자회사의 경영권 및 사업운영권을 보유한 채 안정적으로 LNG 밸류체인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SK그룹은 가스, 전기 등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와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며, SK이노베이션 E&S는 국내 민간 최초로 완성한 LNG 밸류체인의 경쟁력을 토대로 국내외 LNG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발전 사업의 지배력과 실질적인 운영권은 유지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건전성과 성장성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융 전략이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개선과 향후 성장 기반 마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투자 유치는 SK이노베이션 차원의 전사적 재무구조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진행됐다”며 “이후에도 발전자회사의 경영권 및 사업운영권을 보유해 안정적으로 LNG 밸류체인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