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과 스타트업의 협력이 열어가는 국방 기술 혁신의 미래

미 해군, 스타트업과의 협력 확대…국방 기술 시장에 새로운 기회 열다

미국 해군이 스타트업을 향한 문을 더욱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복잡한 조달 절차와 긴 개발 주기로 인해 민간 기업, 특히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군과 협업하는 데 부담을 느꼈으나,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접근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핵심은 ‘민첩한 문제 해결과 성과 중심’으로 요약된다.

최근 미 해군 CTO(최고기술책임자) 저스틴 파넬리가 밝힌 바에 따르면, 기존의 관료주의적 시스템을 과감히 줄이고, 실질적 기술 도입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는 단순히 실험적인 접근이 아닌 정책적 방향 전환으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국방 프로젝트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문제 제시형’ 채택 모델이 기존 국방 기술 개발과의 차별점

기존 국방 조달 시스템은 통상 제품 사양이나 솔루션 자체를 미리 규정하고 입찰을 받아온 방식이었다. 이에 비해 미 해군은 현재 해결해야 할 문제만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예를 들어 “이런 문제가 있다. 누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라는 식의 접근을 통해, 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맥킨지의 ‘3 Horizon 모델’을 기반으로 수정된 미 해군의 기술 도입 프레임워크에도 반영되어 있다. 초기 평가, 제한적 파일럿, 그리고 전면적 확장의 3단계로 구성된 이 도입 체계는 스타트업이 빠르게 정부와 협업하고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파일럿 단계에서 검증된 기술은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로 확대되어 해군 전체 또는 관련 기관에 적용된다. 이 구조는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에게 실질적 성과 창출의 무대를 제공한다.

성공 사례를 통해 검증된 ‘스타트업-국방’ 협력 모델

최근 미 해군은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인 ‘Via’를 통해 새로운 협력 모델을 실현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기업은 데이터 분산 저장 기반의 보안 솔루션으로, 민간과 공공 모두에서 활용 가치를 인정받았다. 제안요청(RFP)부터 파일럿 실행까지 6개월 미만의 기간에 이뤄졌다는 점은 특히 기존 국방 프로젝트 진행 속도와 비교해 눈에 띈다.

또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기술을 가진 또 다른 스타트업은 해군 내 미지급 송장을 일괄 처리하며 2년짜리 송장 건을 단 2주 만에 정산했다. 이는 운영 효율성뿐 아니라 관련 업무에 배정된 인력의 사기와 참여도까지 개선된 사례로 기록됐다.

항공모함 내부 네트워크 성능 개선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한 달 만에 5,000시간의 업무 시간을 절감하는 성과도 나왔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단순 비용 절감뿐 아니라 전술적 가용성과 인적 자원의 효율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중점 기술 영역은 AI와 GPS 대체 기술, 노후 시스템 현대화

현재 미 해군이 관심을 가지는 기술 분야는 크게 △인공지능(AI) △대체 GPS(고정밀 내비게이션과 타이밍 시스템) △노후 인프라 현대화 세 가지로 요약된다. AI의 경우 단순 생성형 모델을 넘어, 의사결정 지원, 인사 자동화, 현장 데이터 처리 등 보다 고도화된 ‘에이전트 기반 AI’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GPS 대체 기술은 특히 무인 항공기, 수중 드론 등 무인 시스템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미국 내 제조 역량 강화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는 병기체계뿐 아니라 각종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과 자립형 운용 능력과 직결된다.

노후 시스템 개선 분야에서는 항공 교통 관제체계와 함상 통신 네트워크 등 실용적인 현대화 과제가 추진되고 있다. 해당 기술은 민간 기업의 기존 기술을 이식하거나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접근되어 스타트업 및 벤처 기업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

일회성 성과보다 지속가능한 파트너십 중시

기술적 실현 가능성만으로는 성공적인 협력이 보장되지 않는다. 미 해군은 스타트업의 기술이 실제로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거나 예산 선순환 구조 안에 편입되지 않으면 도입이 어렵다고 밝힌다. 긴 예산 주기와 기존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주요 제약 요인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 구조 개선도 병행 중이다.

현재까지 해군은 ‘시간 절감’, ‘운영 회복력’, ‘사용자당 비용’, ‘적응성’, ‘사용자 경험’ 등 5개의 핵심 지표로 파트너십 효과를 측정하고 있다. 이들 지표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투자자 설득 자료로 활용 가능하며, 국방 분야 진출 성과를 수치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실리콘밸리의 인식 변화와 국방 스타트업 시장의 확대

과거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들은 정부와의 협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팬데믹 이후 공급망 회복, 자국 제조 기반 강화, AI 기술 경쟁 가속화 등의 요소가 맞물리며, 기술 기반 국방 협력은 하나의 성장 기회로 재조명되고 있다.

일례로 메타(Meta)의 CTO는 최근 발표에서 “현재 실리콘밸리는 정부 협력에 있어 애국심이라는 정서적 기반도 존재하며, 이는 생각보다 강력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 내 정부와 민간 간 기술 협력이 단기 과제가 아닌 국가 전략 차원으로 격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 기반 국방 시장 진입, 이제는 실현 가능한 선택지다

미 해군이 추진하는 혁신적 기술 조달 방식은 민간 스타트업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세분화된 문제 중심 접근, 개방형 파트너십 모델, 성과 기반 평가 체계는 과거보다 훨씬 효율적인 협력 구조를 가능케 했다. 특히 AI, 사이버 보안, 내비게이션 기술 분야의 기업에게는 신규 시장 개척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기술로 국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이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이제 해군과의 협업도 진지하게 고려할 만한 대안이 되었다. 이는 단순한 계약 이상으로, 지속 가능한 고객 확보, 사회적 기여, 장기적 사업 성장이라는 관점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