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자산 시장이 일반 투자자에게 개방되고 있다. VanEck의 GPZ ETF를 통해 블랙스톤, KKR 등 대형 운용사에 간접 투자가 가능하며, 국내에서도 BDC 제도 도입이 예정되어 있다. 높은 성장성과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변동성도 큰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투자 시장에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전문가와 고액 투자자들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민간 자산 시장이 일반 투자자에게도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VanEck의 새로운 대체자산운용사 ETF 출시를 계기로, 민간 자산 투자가 어떻게 포트폴리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민간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
전통적인 주식 시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주요 유니콘 기업들이 상장을 미루거나 아예 비공개 상태를 유지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진짜 성장 기회는 민간 시장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스페이스X, 오픈AI, 스트라이프 같은 기업들은 이미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비상장 상태다. 이들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일반 투자자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2025년 현재 민간 자산 시장의 규모는 약 19조 달러에 달한다. 2014년 7.4조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0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이런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VanEck GPZ ETF, 민간 자산 접근의 새로운 문
VanEck이 최근 출시한 대체자산운용사 ETF(GPZ)는 이런 변화의 상징적인 상품이다. 이 ETF는 민간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민간 자산을 운용하는 상장 기업들의 주식에 투자한다.
GPZ의 주요 투자 대상은 블랙스톤(Blackstone), KKR, 아폴로(Apollo), 브룩필드(Brookfield) 같은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들이다. 이들은 민간 자산 시장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전문가들로,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비상장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운용사들이 민간 자산 운용에서 나오는 수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VanEck의 기존 민간 신용 ETF인 BIZD는 연간 11% 수준의 배당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주목받는 민간 자산 투자
한국에서도 민간 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머지않아 국내 투자자들도 비상장 기업에 보다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BDC는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운영되고 있는 제도로, 상장된 투자회사가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국내에서도 이 제도가 도입되면 ETF나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쉽게 사고팔 수 있으면서도 비상장 기업의 성장 잠재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미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민간 자산 관련 ETF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K-유니콘투자기업액티브 ETF’, KB자산운용의 ‘KBSTAR Fn창업투자회사 ETF’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은 국내 유니콘 기업이나 벤처캐피털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민간 자산 ETF의 장점과 한계
민간 자산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그동안 최소 투자금액이나 자격 요건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민간 자산 시장에 일반 주식처럼 쉽게 투자할 수 있다.
또한 분산투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단일 민간 자산에 직접 투자할 때의 위험을 ETF를 통해 여러 자산으로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 운용사들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민간 자산 ETF는 일반 ETF보다 변동성이 클 수 있다. 민간 자산 시장 자체가 유동성이 제한적이고, 평가 방식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한 간접 투자 구조로 인해 수수료가 이중으로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민간 자산 운용사들의 수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민간 신용 업체들이 유리할 수 있지만, 경기 침체기에는 부실채권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
민간 자산 ETF에 투자할 때는 몇 가지 요소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첫째, 포트폴리오 내 적정 비중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5-10% 수준을 권장한다. 현재 평균 포트폴리오 내 민간 자산 비중이 약 2%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확대 여지는 충분하다.
둘째, 투자 기간을 길게 잡아야 한다. 민간 자산의 특성상 단기 수익률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3-5년 이상의 투자 기간을 권장한다.
셋째, ETF의 구성 종목과 전략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같은 민간 자산 ETF라도 민간 신용에 특화된 것과 사모펀드 운용사에 투자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각자의 투자 목표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전망과 기회
민간 자산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상장 지연 트렌드, 금리 변동에 따른 대체투자 수요 증가, 그리고 기관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니즈가 이런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BDC 제도 도입이 완료되면 민간 자산 투자 시장이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게는 새로운 자금 조달 기회를,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수익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다만 민간 자산 투자가 만능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높은 수익 가능성과 함께 그에 상응하는 위험도 존재한다. 특히 경기 변동이나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실용적인 투자 가이드라인
민간 자산 ETF 투자를 고려 중이라면 다음과 같은 접근법을 추천한다.
먼저 자신의 위험 성향과 투자 목표를 명확히 하자. 민간 자산 ETF는 안정성보다는 성장성에 중점을 둔 투자다. 원금 보전이 최우선이라면 다른 투자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는 소액부터 시작해보자. 처음부터 큰 금액을 투자하기보다는 소액으로 시장의 특성을 파악한 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민간 자산 시장은 공개 시장보다 정보가 제한적이므로, ETF 운용사의 보고서나 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의 시작
민간 자산 ETF의 등장은 단순한 새로운 상품 출시를 넘어,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동안 소수에게만 열려있던 민간 자산 시장이 일반 투자자에게도 개방되면서, 투자 기회의 민주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기회와 함께 더 큰 책임도 따른다. 투자자 개개인이 더 높은 수준의 금융 이해력과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투자 세계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성장 기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민간 자산 ETF는 그런 새로운 접근법 중 하나일 뿐이지만, 분명히 주목할 만한 변화의 신호탄이다.
투자는 결국 미래에 대한 믿음이다. 민간 자산 ETF를 통해 우리는 아직 상장되지 않은 혁신 기업들의 성장에 조금이나마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투자 시장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