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부터 시작된 블록체인은 스마트컨트랙트, Layer2 기술을 거쳐 Web3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 거래 기록을 넘어 프로그래밍 가능한 계약, 확장성 개선, 탈중앙화 인터넷 구조까지, 15년간의 기술 발전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했다.
2009년 비트코인의 등장과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 단순한 암호화폐의 기반을 넘어 금융 시스템 전체를 재편하는 혁명적 기술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코인의 가격 변동에만 주목할 뿐, 그 뒤에서 작동하는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블록체인이 처음 등장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이 기술은 세 차례의 큰 진화를 거쳐왔다. 각 세대마다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가 달랐고, 그에 따라 새로운 기술적 혁신이 등장했다. 지금부터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며,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 확인해보자.
블록체인의 기본 구조부터 이해하기
블록체인이라는 이름 그대로, 이 기술의 핵심은 ‘블록’과 ‘체인’에 있다. 거래 정보를 담은 블록들이 시간 순서대로 연결되어 하나의 체인을 형성하는 구조다. 각 블록에는 이전 블록의 정보가 암호화되어 포함되기 때문에, 중간에 있는 블록 하나를 조작하려면 그 이후의 모든 블록을 동시에 변경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 덕분에 블록체인은 중앙 관리자 없이도 데이터의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다.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노드가 같은 장부를 보유하고 있어서, 누군가 임의로 정보를 바꾸려 해도 다른 참여자들이 즉시 이를 감지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분산원장’ 기술의 핵심 원리다.
1세대부터 3세대까지, 블록체인의 진화 과정
1세대 블록체인: 거래 기록의 시작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1세대 블록체인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했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보냈다’는 거래 기록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검증하는 것이 전부였다. 은행 같은 중개기관 없이도 개인 간 직접 송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었지만, 기능적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초당 처리할 수 있는 거래량이 매우 제한적이고, 새로운 블록이 생성되는 데 평균 10분 정도가 걸린다.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2세대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의 등장
이더리움이 등장하면서 블록체인은 단순 거래 기록을 넘어 ‘프로그래밍 가능한 계약’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스마트컨트랙트는 블록체인 위에서 자동으로 실행되는 계약 프로그램으로,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사전에 정해진 동작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돈을 보내면, 자동으로 상품 소유권이 A에게 이전된다”는 식의 복잡한 로직을 코드로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DeFi(탈중앙화 금융),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같은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더리움 역시 네트워크 혼잡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인기 있는 DeFi 서비스나 NFT 발행이 몰릴 때마다 거래 수수료가 급등하고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반복되었다.
3세대 블록체인: 확장성과 속도 개선
솔라나, 폴카닷, 카르다노 같은 3세대 블록체인들은 ‘확장성’이라는 과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을 도입하거나 네트워크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서, 초당 수천 건 이상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확보했다.
솔라나는 독특한 ‘Proof of History’ 메커니즘을 통해 높은 처리 속도를 달성했고, 폴카닷은 여러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릴레이 체인’ 구조로 상호운용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공통적으로 추구한 목표는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확장 가능한’ 블록체인이었다.
확장성 문제 해결을 위한 Layer 2 기술
메인 블록체인(Layer 1)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대신, 그 위에 추가적인 계층을 얹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Layer 2’ 솔루션이다.
롤업 기술의 등장
Layer 2의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수많은 거래를 일단 메인 체인 밖에서 처리한 뒤, 그 결과만 압축해서 메인 체인에 기록하는 것이다. 마치 여러 건의 소액 결제를 모아서 한 번에 정산하는 것과 비슷하다.
대표적인 롤업 기술로는 ‘Optimistic Rollup’과 ‘ZK Rollup’이 주목받고 있다. Optimistic Rollup은 일단 모든 거래를 유효하다고 가정하고 처리한 뒤, 문제가 있으면 나중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반면 ZK Rollup은 영지식 증명이라는 암호학적 기법을 사용해서, 거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도 그것이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Arbitrum, Optimism, zkSync 같은 프로젝트들이 이러한 롤업 기술을 실제로 구현해서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Web3 시대의 도래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더 빠른 코인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넘어, 인터넷 자체의 구조를 바꾸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Web3’라고 불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기존 인터넷(Web2)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 데이터를 중앙에서 관리하고 통제했다. 하지만 Web3에서는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는 것이다.
ENS(이더리움 네임 서비스)를 통해 복잡한 지갑 주소 대신 간단한 도메인 이름을 사용할 수 있고, DeFi 프로토콜을 통해 은행 없이도 대출과 예금이 가능하며, DAO 구조를 통해 중앙 권력 없이 집단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덕분에 현실화되고 있다.
블록체인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는가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진화하고 있다. 확장성 개선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고,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의 상호운용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동시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친환경 합의 메커니즘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처럼 정부 주도의 블록체인 활용 사례도 늘어나고 있으며, 기업들은 공급망 관리나 인증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블록체인이 단순히 암호화폐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신뢰와 투명성을 제공하는 범용 기술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난 15년간 거래 기록 시스템에서 시작해, 프로그래밍 가능한 계약 플랫폼을 거쳐, 이제는 새로운 인터넷 구조의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 단순히 코인의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 너머에, 이러한 기술적 진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기술 발전이 실제 암호화폐 투자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구체적인 투자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