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머스크: 감세법안 갈등으로 본 미국 정치 지형 변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자 머스크가 ‘신당 창당’ 선언으로 정면 대결. 재정건전성 vs 감세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미국 정치 지형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정치판에서 예상치 못한 균열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간의 공개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때 ‘정치적 동반자’로 여겨졌던 두 거물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가 “감세 법안이 통과되면 다음 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미국 정치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감세법안 상원 통과, 그리고 머스크의 ‘신당 창당’ 선언

7월 1일 미국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찬성 51표, 반대 50표로 가까스로 통과했다. 이 법안은 앞으로 10년간 약 4조 5천억 달러 규모의 감세를 실시하는 동시에 복지 지출을 줄이고 국방·국경 예산을 대폭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안 통과 소식에 머스크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법안이 통과되면 다음 날 ‘아메리카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머스크는 “미국에는 공화당-민주당 단일정당만이 존재한다. 대안이 존재해야 국민이 실질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하며 기존 양당 체제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두 거물의 갈등, 어떻게 시작됐나

트럼프와 머스크의 갈등은 감세법안을 둘러싸고 본격화됐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활동하며 연방정부 지출 삭감에 앞장섰지만, 트럼프의 감세법안이 오히려 국가 부채를 크게 늘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이 법안이 2034년까지 미국 국가부채를 약 3조 3천억 달러 더 늘릴 것으로 분석했다. 머스크는 “재정 건전성을 외치던 의원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 적자 증가 법안에 찬성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법안에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제공되던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테슬라 CEO인 머스크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테슬라가 연간 약 12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의 강력한 반격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비판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는 “머스크는 역사상 어떤 인간보다도 많은 보조금을 받았다. 보조금이 없다면 일론은 점포를 접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또한 트럼프는 정부효율부를 통해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이 받는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재검토하겠다고 시사했다. “연방 정부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 머스크의 기업들과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라는 발언은 사실상 머스크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감세법안의 주요 내용과 파급효과

이번 감세법안은 트럼프 1기 때 도입된 감세 정책을 연장하고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인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 및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 법안의 혜택은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하위 20% 소득층은 세후 연평균 소득이 560달러 줄어드는 반면, 상위 1%는 3만 2,265달러, 상위 0.1%는 11만 8,630달러가 늘어난다.

한편 국방 예산은 10년간 1,500억 달러 늘어나며, 국경 장벽 건설에만 450억 달러가 배정됐다. 반면 메디케이드나 식품 보조 프로그램 등 복지 예산은 대폭 삭감된다.


공화당 내부 균열과 정치적 계산

머스크의 비판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어 당내 균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켄터키주 랜드 폴 의원과 유타주 마이크 리 의원 등 재정 보수주의 성향의 의원들이 머스크의 입장을 지지하며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53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4명 이상이 반대표를 던지면 법안이 부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상원 표결에서는 공화당 소속 수전 콜린스와 랜드 폴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결국 부통령 JD 밴스의 결정표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미국 정치 지형 변화의 신호탄

머스크의 ‘신당 창당’ 선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닐 수 있다. 그는 “내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할 일을 정해야 한다면 그것은 법안을 통과시킨 모든 의원을 내년 중간선거에서 패배시키는 것”이라고 선언하며 정치적 영향력 행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근 NBC뉴스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40%가 “국가 부채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답한 것을 고려하면, 재정 건전성을 앞세운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 재정 적자는 경기가 좋은 때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으며,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이네스 맥피 매크로 담당 이사는 “미국 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으로의 전망

감세법안은 이제 하원 재표결을 남겨두고 있다. 7월 2일로 예정된 하원 표결에서도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예상되어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법안에 서명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당내 반발이 거세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갈등이 미국 정치 지형에 미칠 장기적 영향이다. 머스크라는 강력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기존 양당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 정치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재정 건전성과 정부 효율성을 앞세운 제3의 정치 세력 등장 가능성은 2026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갈등은 단순한 개인적 불화를 넘어서, 미국 정치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