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건 브래들리가 2025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홀 버디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3타 차 선두였던 토미 플리트우드의 막판 실수를 틈타 3년 만에 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올린 브래들리의 감동적인 우승 스토리를 담았다.
2025년 6월 22일, 미국 코네티컷 크롬웰의 TPC 리버 하이랜드에서 펼쳐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마지막 날은 골프 팬들에게 시즌 최고의 드라마를 선사했다. 대회 전 전망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 이번 대회에서, 키건 브래들리는 마지막 홀 버디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3년 만에 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대회 전 전망과 전혀 다른 전개
시즌 마지막 시그니처 이벤트로 주목받은 이번 대회는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와 루리 매킬로이의 양강 구도가 예상되었다. 특히 셰플러는 압도적인 시즌 성적과 디펜딩 챔피언의 지위로 강력한 우승 후보였고, 매킬로이 역시 올 시즌 세 번의 우승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대회는 예상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흘러갔다. 셰플러는 생일인 토요일 3라운드에서 첫 홀 트리플 보기로 시작해 72타를 기록하며 우승 경쟁에서 일찍 밀려났다. 저스틴 토머스 역시 13번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고, 매킬로이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였다.
토미 플리트우드의 아쉬운 도전
대회 최종일을 3타 차 선두로 시작한 토미 플리트우드는 PGA 투어 첫 우승이 코앞까지 다가온 듯했다. 영국 출신의 이 34세 골퍼는 DP 월드 투어에서 7승을 거두며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미국 무대에서는 아직 우승 경험이 없었다.
플리트우드는 토요일 라운드에서 페어웨이를 한 번도 놓치지 않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고, 일요일 최종 라운드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로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골프는 끝까지 봐야 한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마지막 3홀에서 플리트우드의 경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16번 홀에서 클럽 선택 실수로 보기를 범했고, 18번 홀에서는 그린을 공략하지 못해 어프로치 샷이 그린에 못 미쳤다. 결정적으로 18번 홀에서 파 세이브에 실패하며 보기를 기록한 것이 우승 기회를 놓치는 결정타가 되었다.
키건 브래들리의 완벽한 타이밍
반면 키건 브래들리는 정반대의 스토리를 써내려갔다. 뉴잉글랜드 지역 출신으로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던 브래들리는 최종일 내내 끈질기게 추격했다. 2023년 이 대회 우승 경험이 있던 그는 압박감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9번 홀에서 64피트 장거리 퍼트를 성공시키며 플리트우드와 공동 선두에 오른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관중석에서는 “USA! USA!” 구호가 터져 나왔고, 브래들리는 이 분위기를 완벽하게 활용했다.
15번 홀에서도 브래들리는 또 다른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진짜 드라마는 마지막 홀에서 펼쳐졌다.
마지막 홀의 극적 반전
18번 홀에 도착했을 때 플리트우드가 1타 차 선두였다. 플리트우드는 파만 해도 우승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었지만, 앞서 언급했듯 어프로치 샷 실수로 그린을 놓쳤다.
브래들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정확한 어프로치 샷으로 핀 근처에 볼을 붙인 후, 짧은 거리의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플리트우드가 보기를 기록하고 브래들리가 버디를 잡으면서 2타 차이가 벌어졌고, 이는 곧 우승을 의미했다.
러셀 헨리가 마지막에 51피트 9인치의 기적적인 칩인 버디로 플레이오프 가능성을 만들어냈지만, 브래들리의 우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승의 의미와 파급효과
브래들리의 이번 우승은 여러 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개인적으로는 2022년 이후 3년 만의 PGA 투어 우승이며, 360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획득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라이더컵과 관련된 의미다.
브래들리는 현재 미국 라이더컵 팀의 주장으로 임명된 상태다. 주장이면서 동시에 선수로 출전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이번 우승으로 그는 라이더컵 포인트 랭킹 9위로 올라서며 자력 출전 가능권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는 주장 추천으로 자신을 선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포인트로 자력 진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적으로도 이번 우승은 큰 의미가 있다. 뉴잉글랜드 지역 출신인 브래들리가 고향 팬들 앞에서 거둔 승리는 그 어떤 우승보다도 감동적이었다. 대회 내내 이어진 열광적인 응원은 그의 플레이에 큰 힘이 되었다.
골프계에 남긴 교훈
이번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은 골프의 불확실성과 매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대회였다. 대회 전 압도적 우승 후보였던 셰플러가 일찍 무너지고, 3타 차 선두로 시작한 플리트우드가 마지막에 아쉽게 놓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브래들리가 극적으로 우승하는 모습은 골프의 진정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플리트우드의 경우, 아쉬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176만 달러의 준우승 상금을 획득했으며, PGA 투어 첫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의미 있는 대회였다. 그는 대회 후 “분명히 아프지만, 이런 경험이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즌 마무리와 향후 전망
2025년 마지막 시그니처 이벤트였던 이번 대회를 끝으로, PGA 투어는 이제 디 오픈(The Open Championship)과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려간다. 브래들리의 우승으로 시그니처 이벤트는 모두 다른 우승자를 배출하며 시즌의 경쟁 치열함을 보여주었다.
골프팬들에게는 예측 불가능한 드라마와 감동을 선사한 2025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이었다. 브래들리의 극적인 우승 스토리는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며, 플리트우드 역시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무대에서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 홀 한 샷의 차이로 갈린 명암. 이것이 바로 골프가 전 세계인들을 매료시키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