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암호화폐 보안 체계에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 현재는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블록체인 암호화를 무력화할 수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구글이 공개한 양자 칩 ‘윌로우’는 기존 슈퍼컴퓨터로 셉틸리언 년이 걸리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해결했다. 이 놀라운 발표는 과학계를 놀라게 했을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에 실존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암호화 시스템이 조만간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양자컴퓨터란 무엇인가?
전통적인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이진법 비트로 정보를 처리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라는 단위를 사용하며, 이는 양자역학의 중첩 원리에 따라 0과 1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연산 능력에서 기하급수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현재 구글의 윌로우 칩은 105개의 큐비트를 갖추고 있으며, IBM은 올해 6월 200개의 논리 큐비트를 탑재한 ‘IBM 퀀텀 스타링’을 발표했다. IBM은 향후 수백만 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아이온큐(IonQ)는 향후 수년 내 상당한 수준의 큐비트 실현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기술 진보는 신약 개발, DNA 분석, 기후 모델링 등 인류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현대 디지털 사회의 근간인 암호화 시스템을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보안 구조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공개키 암호화 방식에 기반한다. 이는 두 개의 큰 소수를 곱해 만든 공개 키와 이를 해독하는 개인 키로 구성된다. RSA나 타원곡선 암호(ECC) 같은 시스템의 안전성은 소인수분해 문제의 수학적 난이도에 의존한다.
현재 기술로는 큰 숫자를 소인수분해하는 데 수천 년이 걸린다. 예를 들어, RSA-2048을 해독하려면 기존 슈퍼컴퓨터로 수백만 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러한 계산적 어려움이 바로 블록체인 보안의 핵심이다.
비트코인은 거래 내부와 거래 간 두 가지 수준에서 보안이 적용된다. 개별 거래는 디지털 서명을 통해 보호되며, 블록과 거래의 유효성은 SHA-256 해시 알고리즘으로 검증된다. 이 암호화 체계가 지금까지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지켜왔다.
양자컴퓨터가 암호화폐를 위협하는 이유
문제는 양자컴퓨터가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을 활용해 소인수분해와 이산 로그 문제를 획기적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상당한 규모의 큐비트를 가진 양자컴퓨터가 있다면 RSA-2048을 수 시간 내에 해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필요한 큐비트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 연구에서는 수천만 개의 물리적 큐비트가 필요하다고 추정했으나, 올해 발표된 최신 연구에서는 훨씬 적은 논리 큐비트로도 암호 해독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구글의 양자 AI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는 비트코인에 사용되는 RSA 암호화를 해독하는 데 필요한 양자 자원이 이전 추정치보다 상당히 적다는 분석이 포함됐다. 이는 위협이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양자컴퓨터가 이러한 수준에 도달하면 개인 키를 추출해 코인을 탈취할 수 있으며, 디지털 서명을 위조해 거래를 조작할 수 있다. 또한 해시 충돌 공격을 통해 채굴 과정을 독점하거나 51% 공격을 더 쉽게 수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실적 위험 수준은?
그렇다면 이러한 위협은 당장 현실화될 것인가?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현재 양자컴퓨터는 아직 암호화폐 보안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만큼 충분히 강력하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구글은 가상화폐 암호 시스템을 해독하려면 적어도 향후 수백만 개의 큐비트가 필요하며, 이는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윌로우의 105개 큐비트는 비트코인을 해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DEF CON 33에서 사이버보안 전문가 콘스탄티노스 카라기아니스는 “양자컴퓨터가 암호를 해독하기까지 수십 년 남았다는 막연한 예측은 이미 무너졌다”며 “실질적으로는 향후 수년 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아이작 킴 교수는 “현재 양자 컴퓨터는 아직 충분히 강력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질적인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ECC를 사용하는 모든 블록체인이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자 컴퓨팅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실질적 위협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결론: ‘양자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
양자컴퓨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암호화 체계의 변화는 ‘시간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지난해 양자 암호화 표준을 발표하고 향후 취약한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다행히 암호화폐 개발자들은 이러한 위협을 인지하고 있다. 비트코인 측은 램포트 서명과 같은 양자 저항성을 갖춘 새로운 서명 체계를 연구 중이며, 양자 안전 해시 함수 개발도 진행 중이다. 양자내성암호(PQC)로의 전환 준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연구원 릭 마에다는 “암호화폐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며 “가장 큰 위험은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협이 현실화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양자컴퓨터 시대의 도래는 암호화폐 산업에 위기이자 기회다. 선제적으로 대비한다면 더욱 강력한 보안 체계를 갖춘 차세대 블록체인 생태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는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의 구체적인 내용과 암호화폐 업계의 대응 전략을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