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세대 슈퍼컴퓨터 ‘Fugaku NEXT’ 개발 본격화… ARM 기반 ‘MONAKA-X’로 AI 시대 대응
일본이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면서, 기존 'Fugaku(후가쿠)'의 뒤를 잇는 새로운 HPC(고성능 컴퓨팅) 시스템 ‘Fugaku NEXT’가 본격 추진된다. 주 계약자는 후지쯔(Fujitsu)이며, 프로젝트 주관은 일본의 대표 연구기관인 RIKEN이 맡는다. 이 시스템은 AI 연산과 과학 연구 등에서 미래 성과를 견인할 차세대 하드웨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후가쿠의 계승, 그리고 새로운 도전
2020년 가동 이후 세계 최강 슈퍼컴퓨터 중 하나로 명성을 쌓은 후가쿠는 2022년 미국의 ‘프론티어(Frontier)’에 1위를 내줬지만, 지속적인 연구와 성능 최적화를 통해 일본의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증명해왔다. 후가쿠는 후지쯔의 A64FX 프로세서 기반으로 작동하며, 최대 442PFLOPS의 연산 성능을 기록한 바 있다.
이를 잇는 Fugaku NEXT는 단순한 세대 교체를 넘어, 차세대 엑사스케일(Exascale) 컴퓨팅 환경을 목표로 설계되고 있다. 엑사스케일 컴퓨팅은 초당 10¹⁸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수준을 의미하며, 이는 기존 슈퍼컴퓨터 성능의 수십 배에 달하는 규모다.
핵심 기술: 차세대 CPU ‘MONAKA-X’
Fugaku NEXT의 중심에는 후지쯔가 개발 중인 차세대 CPU ‘MONAKA-X’가 있다. 이 프로세서는 2nm 공정으로 제조될 예정이며, 최대 144개의 Armv9 기반 코어와 SVE2(Single Instruction, Multiple Data Vector Extension) 지원 등을 핵심으로 한다. 칩 구조는 칩렛 아키텍처를 채택하며, 고성능 연산 캐시에 해당하는 SRAM 타일이 적층되어 전력 효율성과 연산 최적화를 동시에 추구한다.
기존 후가쿠에 탑재되었던 A64FX는 48코어 구조였고, 고속 HBM2 메모리를 내장해 메모리 병목 현상을 최소화했다. 업계에서는 MONAKA-X 역시 HBM3 혹은 최신 고대역폭 메모리를 채택해 메모리 처리 속도 측면에서 혁신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속 기능 강화
Fugaku NEXT는 단순한 과학 계산을 넘어, AI와 머신러닝 연산에 적합한 아키텍처로 설계되고 있다. MONAKA-X는 AI 연산을 위한 전용 가속 기능을 내장하며, 기존 후가쿠 시스템에서 활용되었던 알고리즘과 연산 자산을 그대로 이어받아 성능을 확장할 수 있도록 구축된다.
후지쯔 측은 MONAKA-X가 기존의 범용 연산 외에도 차세대 뉴럴 프로세싱 유닛(NPU) 개발에 기초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자사의 AI 인프라 역량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향후 산업계와 학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AI 연구 환경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기술 독립성과 글로벌 시장 확장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컴퓨팅 성능 강화를 넘어서, 일본의 반도체, 컴퓨팅, 인공지능 기술 주권 강화를 목표로 한다. 특히 후지쯔는 “Made-in-Japan 기술을 세계로 확장하겠다”는 방침 아래, 추후 MONAKA-X를 응용한 서버,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솔루션을 상업화할 계획이다.
또한, 유럽의 ‘Jupiter’ 슈퍼컴퓨터나 미국의 ‘El Capitan’과 같이 엑사스케일 경쟁이 심화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Fugaku NEXT가 AI 및 고성능 컴퓨팅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2027년 상용화, 일본 정부의 지속적 투자
Fugaku NEXT는 RIKEN과 후지쯔가 공동으로 2026년 2월까지 기초 설계를 진행하고, 이후 상세 설계와 시험 단계를 거쳐 2027년 이후 본격적인 양산 및 구축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HPCI(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해당 프로젝트에 수년간 안정적인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RIKEN은 이미 기초과학 및 응용 연구용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운용 노하우를 통해 안정적인 유지 관리와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주도하며, 국가 차원 슈퍼컴퓨팅 환경의 전략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차세대 슈퍼컴퓨팅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한 일본
일본의 Fugaku NEXT 프로젝트는 단순한 슈퍼컴퓨터 개발을 넘어, 차세대 AI, 시뮬레이션, 재난예측, 신약 개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연구 혁신을 가능케 할 국가적 첨단 인프라로 간주된다. ARM 아키텍처의 확장성과 새로운 고성능 프로세서인 MONAKA-X의 융합은, 슈퍼컴퓨팅 분야에서 일본의 입지를 한층 단단하게 만들 요인이다.
후지쯔는 이번 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AI 프로세서 개발, NPU 상용화, 클라우드 연계 슈퍼컴퓨팅 등 후속 기술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업 전반과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AI 시대를 준비하는 일본 슈퍼컴퓨팅의 전략
Fugaku NEXT는 단순한 성능 향상이 아닌, AI · 빅데이터 중심의 차세대 기술 생태계 구축을 지향한다. 후지쯔의 MONAKA-X CPU는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에너지 효율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일본이 미래형 슈퍼컴퓨팅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이어가는 핵심 자산이 될 전망이다. AI 중심 컴퓨팅 효율성, 칩 아키텍처 혁신, 공공·산업 연구 활용성에서 Fugaku NEXT는 ‘포스트 엑사스케일 시대’를 상징하는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